그런데 크리스틴 딜(Kristin Diehl), 갈 자우버먼(Gal Zauberman), 알릭산드라 바라시(Alixandra Barasch)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긍정적인 경험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 않은 사람들보다 그 경험을 더 즐기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을 찍을 것인지 찾아야 합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고 흥미로운 장면에 시선을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즉, 사진을 찍는 행위가 경험에 대한 관여(engagement)를 높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행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을수록 좋다는 이야기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바라시와 동료들이 2018년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사진을 찍는 목적에 따라 경험의 즐거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은 달랐습니다. 공유를 목적으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오히려 경험을 덜 즐겼습니다.
연구에서는 이 과정에서 자기제시 염려(self-presentational concern)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로 관심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사진을 찍느냐, 찍지 않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누구를 위해서 찍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던 겁니다.
생각해 보면 이 세 가지 연구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묘하게 한곳으로 모입니다. 우리는 휴가의 행복을 너무 쉽게 공식화합니다.
많이 경험하면 더 행복할 것이다.
특별한 경험을 하면 더 행복할 것이다.
사진을 내려놓고 눈으로만 보면 더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은 이런 단순한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많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하나의 경험에 충분히 머무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오후가 특별한 관광지만큼 소중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이 경험을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경험에 대한 관여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사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위한 것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휴가를 잘 보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은 휴가는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