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쉬기 위해서는 무엇을 멈춰야 할까? Editor's Note
이번 여름, 잘 쉬셨는지요.
휴가를 다녀오셨는데도 어쩐지 개운하지 않은 감각. 사진첩엔 새로운 풍경이 잔뜩인데, 누가 잘 쉬었냐고 물으면 대답이 잠깐 막힙니다. 우리는 어쩌면 몸을 옮기는 것과 쉬는 것을 같은 일로 여겨왔는지도 모릅니다.
OFF LETTER 8월의 주제는 ‘휴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바람깃 원장님과 함께,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온 ‘쉼’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몸이 일상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마음과 뇌까지 저절로 쉬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알차게 보내려 애쓰는 동안 우리는 휴가지에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해내려는 상태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언제 비로소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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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간다고 정말 쉬는 것일까?
뇌가 쉬기 위해서는 무엇을 멈춰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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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어디로 휴가를 떠날까’를 묻습니다. 그러나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을지 모릅니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 몸을 옮겨 놓는 것만으로, 뇌도 함께 쉬고 있는 걸까요? 몸은 해변에, 산에, 낯선 도시에 가 있어도 뇌가 여전히 쉬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장소만 바뀐 또 다른 일상일 뿐, 진짜 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시간을 좀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요?”
진료실에 있다 보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언젠가 모두 주입식 교육이라도 받은 것일까요?) 휴가나 방학을 앞두고서도 길지 않은 그 시간마저 불안해하며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두잉 모드(doing mode)에 익숙해진 나머지 어느새 쉰다는 것은 비생산적인 것이고,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고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강박이 일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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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쉴 때도 목표를 세우는 뇌
두잉모드는 뇌가 ‘지금’과 ‘목표’ 사이의 간극을 끊임없이 메우려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계획을 실행하고, 더 나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죠. 그래서 휴가지에서도 우리 뇌는 여전히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많이 봤나”, “저것도 먹어봐야 하는데”, “이 각도로 찍어야 사진이 더 나은가”를 반복하며 뇌를 쉬지 못하게 합니다. 몸은 분명 낯선 곳에 도착했는데, 뇌는 여전히 집이나 회사에서 일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두잉 모드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집과 직장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해내고, 삶의 방향을 정해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요. 하지만 휴식 없이 두잉 모드가 지속되면 이런 방향성 주의력을 사용하는 전전두엽은 점차 지쳐 소진되고, 불안, 공포,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편도체가 계속 깨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 뇌는 어떻게 경계를 풀까 퇴근 후 휴식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 정도라고 한다면 사실은 뇌과학적으로는 여전히 뇌는 쉬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소를 옮겼다고 해서 저절로 뇌가 쉬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제안을 해볼까요. 2015년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 속에서 한 시간 반 정도만 걸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되풀이하는 뇌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도시에서의 산책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한데요. 바람에 살랑대는 나뭇잎 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빛그림자, 새소리와 일렁이는 파도. 이러한 자연의 부드러운 자극들은 팽팽하게 당겨졌던 방향성 주의력을 느슨하게 하고 뇌가 경계를 풀 수 있는 신호가 되어줍니다. 그러면서 도시에서의 소음, 정보의 과부하로 소진되었던 전전두엽도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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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솔을 든 여인—마담 모네와 아들, 클로드 모네, 1875, 워싱턴 국립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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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의 힘 균형이 깨졌던 뇌가 이렇게 다시금 조화로워질 때, 우리 머리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되풀이하여 곱씹는 반추가 줄어들고 빙 모드(being mode)로 들어가는 문이 열립니다. 빙 모드는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상태랄까요? 한발짝 한발짝, 발밑의 모래를 느끼고, 흙냄새와 새소리를 알아차리고, 석양의 빛의 변화를 바라보고, 그 순간에 그렇게 그곳에 존재하는 것. 어쩌면 이런 빙 모드가 낯설지도 모릅니다. 어딘가로 달려갈 곳 없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자연 속에서 마음이 목표 없이 비워질 때에야 뇌와 마음이 쉬고 창조할 수 있는 상태가 들어올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했던 칸트는 물론이고, 니체는 알프스를 걸으며 그의 사상들을, 베토벤은 빈의 숲속을 걸으며 위대한 악상을 떠올렸다고 하니까요. 결국 휴가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멀리, 얼마나 낯선 곳으로 떠났는가가 아닙니다. 그 시간 동안 뇌가 두잉 모드를 내려놓고 빙 모드에 들어설 수 있었는가, 바로 그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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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휴자는 ‘나무에 기대어 있는 사람’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어진 글자라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뇌의 휴식을 사람들은 훨씬 옛날부터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40대의 전유물 같았던 등산이 최근 20대에도 힙해진 이유도, 산을 걷고 오르면서 진정한 휴식의 순간들을 직접 체화하며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휴가는 어디로 떠나는가보다, 그곳에서 뇌가 정말 쉴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자연이 대가 없이 주는 선물 같은 휴식을 직접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기대기 전부터도 가지를 뻗쳐 우리 머리 위에 그늘을 드리워주는 나무와 같은 이 자연에게 돌려줘야 할 것에 대해서도 잊지 않은 채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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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시장을 다시 관찰해 보세요.
- 시몬스가 침대 없는 15초 '멍 때리기 영상'으로 유튜브 조회수 2,000만을 넘기고, 유한킴벌리가 서울숲에서 '꿀잠 대회'를 열어 2만 명이 몰리고, 일룸이 성수동에 '멍잠 팝업'을 열어 매진되는 지금, 브랜드들은 왜 고객에게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자체를 경험으로 만들기 시작했을까?
- 고객 경험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와 선택지, 그리고 수많은 알림이 오히려 고객을 ‘두잉 모드’에 머물게 하고 있다면,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더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여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우리 브랜드는 고객의 ‘두잉 모드’를 강화하는 쪽에 서 있는가, ‘빙 모드’로 넘어가도록 돕는 쪽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런 경험을 만드는 우리 조직은 스스로 ‘빙 모드’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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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OFF-004. 24 AUG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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