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정은 어떻게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가? Editor's Note
8월 OFF LETTER는 ‘휴가’를 이야기합니다.
휴가는 쉬기 위해 떠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가방을 싸고, 비행기를 타고, 낯선 길을 걷는 여행은 집에서 가만히 쉬는 것보다 훨씬 피곤합니다. 돈도 들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굳이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걸까요?
이번 편에서는 11년 전 여행을 계기로 창업의 길에 들어선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여행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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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떠나는가?
낯선 여정은 어떻게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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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떠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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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만히 쉬고 있으면 편할 텐데, 우리는 왜 굳이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11년 전 필자는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 창업에 나설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을 걸어야 하는 선택이었기에 두려웠습니다. 그 때 우연한 기회로 두 번의 해외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여름 휴가도 반납한 체 일에만 매진하던 제게는 오랜만의 휴식이었습니다.
첫 번째 연수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렸던 유튜브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VIDCON>, 두 번째 연수는 최신 3D와 VR 기술을 선보이던 <상하이 전자전>이었습니다. 낯선 도시 문화를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전에 없던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창업 아이템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느새 인생의 진로를 틀고 큰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져 있었습니다.
귀국한 후 저는 회사 이름을 Why not? 이라고 짓고 곧바로 창업의 길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었습니다. 떠나기 전의 나와 돌아온 뒤의 내가 달라진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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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웅은 왜 길을 떠나는가?
먼 옛날부터 인류는 무수한 영웅 서사시를 남겨 왔습니다. 이야기 속 영웅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세상을 바꾸는 전쟁 영웅과 자기 자신을 바꾸는 모험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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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와 세이렌,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1909, 페렌스 아트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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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서사시의 원형이라 할만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 중국 4대 기서 <삼국지연의>와 <서유기>, 인도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가 그렇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일리아드>, 후한 말 삼국 쟁패를 다룬 <삼국지연의>, 위대한 바라타 족의 왕위 계승 전쟁을 다룬 <마하바라타> 속 영웅호걸들은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일에 몸을 던졌습니다.
한편 <오딧세이아>에서 트로이를 멸망시킨 탓에 신들의 저주를 받아 귀향길이 험난해진 그리스 장군 오딧세우스, <서유기>에서 천축의 불경을 얻으러 가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 들, <라마야나>에서 납치된 아내를 되찾는 여행을 떠나는 라마 왕자. 그 주인공들은 모두 험난한 여정 속에서 성찰하고 성장하여 새로운 자신의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마치 인류의 공통 기억처럼 세계 곳곳의 고대 서사시로 남아있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애초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은 끊임없이 길을 떠나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고 강력한 포식자에 맞서 살아 남아온 생존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류의 본능에는 ‘여행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도약대’라는 DNA가 새겨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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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익숙한 세계를 떠나야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는 신화 속 영웅 서사 패턴을 분석해 ‘영웅의 여정 : Hero’s Journey’ 이란 공통 원리를 발견합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known)의 세계에서 벗어나 미지(Unknown)의 영역으로 떠납니다. 그 곳에서 조력자와 훼방꾼을 만나고 천신만고 끝에 죽음과 부활의 고비를 겪으면서 새로운 나로 성장하게 됩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어느덧 주인공은 타인을 위해 자신이 얻은 힘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영웅이 되어 있습니다.
이 신화 분석 이론은 크리스토퍼 보글러에 의해 현대 시나리오 작법으로 재해석되고,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적인 스토리 구조인 <12단계 영웅의 여정>으로 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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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여정 12단계, Christopher Vogler의 모델을 바탕으로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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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워즈>,<오징어 게임>,<원피스> 속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여행을 통해서 죽음 혹은 부활을 겪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얻게 된 보상(지혜와 성찰)을 관객인 우리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12단계 영웅의 여정>은 신화 속 영웅, 영화 속 주인공의 스토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 개인과 인간 사회의 성장 과정에서도 적용되는 서사 구조입니다.
3. 여행이 세상을 바꾼 순간 익숙한 일상을 잠시 멈춘 후 여행을 떠났던 활동이 근원적으로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진보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17~19세기 유럽 지식인 엘리트 계급 사이에서 유행했던 <그랜드 투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젊은 귀족 혹은 자산가들은 유능한 가정교사와 함께 서구 문명의 요람인 로마를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서 답사하는 <그랜드 투어>를 떠났습니다. 이때 젊은 동행 가정교사 중에서는 <리바이어던>을 쓴 토마스 홉스, 영국의 정치 사상가 존 로크,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도 있었습니다. 훗날 유럽 근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과학 혁명을 주도했던 주역들입니다.
6개월에서 2년 정도가 걸리는, (현대 가치 환산)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이 장대한 여행을 통해서 여행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바꾸고 동시에 세상도 진보시켰던 겁니다.
이런 <그랜드 투어>의 전통과 정신성이 유럽 지식인 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평범한 많은 사람들도 더 낯선 곳으로의 탐험, 이주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유명한 폴 고갱입니다.
파리의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던 고갱은 늦은 나이에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어느덧 전업화가로 전향을 선택하게 됩니다. 전업 화가가 된 폴 고갱은 1897년에 남태평양 프랑스령인 타히티 섬으로 여행했다가 그 곳의 정서와 폴리네시안 원주민의 문명에 깊은 영감을 얻어 아예 눌러 앉아서 살게 됩니다.
때는 제국주의가 널리 퍼지던 시기, 유럽인들은 남태평양의 외딴 섬 타히티 문화를 그저 문명 사회 바깥의 야만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폴 고갱은 타히티 섬에서 마주한 원시적 생명력을 인류가 가진 본원적 정체성으로 승화시키려 했습니다. 오랜 작업 끝에 화가는 자신의 대표작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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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가는가?, 폴 고갱, 1897-1898, 보스턴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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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품의 제목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이 작품은 늦깍이 화가 폴 고갱을 위대한 예술가 반열에 올렸습니다. 동시에 제국주의에 취해 있던 유럽 문명의 한계를 직시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4. 휴가의 최종 목적지는 달라진 나 이처럼 휴가와 여행은 단순한 놀이와 휴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나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고, 실행의 용기를 갖게 하기도 합니다.
하는 일이 잘 풀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만 여유와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휴가를 떠나야 하는 걸까요? 하는 일이 꼬였거나 실패했거나 복잡한 문제 해결과 업무 처리에 급급한 사람은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가 죄악시 되어야 하는 걸까요?
인기 일본 드라마 <롱 베케이션>에는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뭘 해도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하느님이 주신 긴 휴식이라고 생각해.. 무리하지 않는다. 초조해지지 않는다. 분발하지 않는다. 흐름에 몸을 맡긴다.”
이번 여름엔 아무리 분주하고 복잡한 문제에 놓여 있다 해도 잠시 멈추고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무리하지도, 초조해 하지도 않은 채 흐름에 몸을 맡겨 보십시오. 그 길 위에서 당신도 영웅의 여정을 수행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휴가의 본질은 떠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웅이시여,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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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시장을 관찰해 보세요.
- 우리 브랜드 서비스를 경험한 후 고객은 무엇이 달라져서 돌아가는가? 좋은 브랜드 경험은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이 우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 생각·감정·행동 중 무엇 하나라도 달라지게 만들수 있는가?
-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작은 영웅의 여정’을 제공하고 있는가? 방탈출, 미션형 팝업, 문제해결형 전시가 주목받는 이유를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고객이 관람객에서 주인공으로 바뀌는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세요. 우리 브랜드에는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시도하고, 성취하며 돌아갈 수 있는 여정이 있는가?
- 조직 구성원은 일터에서 떠나 일상 밖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오는가? 출장, 워크숍, 연수, 휴가는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공간·경험을 만난 뒤 새로운 질문이나 관점을 가지고 돌아오게 하려면, 조직은 어떤 ‘의도적인 떠남’을 설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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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OFF-003. 17 AUG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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